신체활동을 이해하는 건강운동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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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운동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생활관리이다. 하루 1시간의 운동 수업 외에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 개선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동에 체력 요소의 이름을 붙여 심폐지구력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으로 부르는 것과 같이 신체활동 또한 목적하는 움직임에 따라 ‘직업형 신체활동’, ‘가사형 신체활동’, ‘이동형 신체활동’, ‘여가형 신체활동’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여가형 신체활동’이 바로 ‘운동’에 해당하며, 나머지 신체활동의 유형에 대한 조사(GPAQ 등)가 함께 이루어져야 신체활동의 윤곽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 사람의 운동처방이 온전하게 이루어진다. 활동하는 시간에 얼마큼의 시간을 비활동으로 보내고(오래 앉아 있고), 얼마나 자주 일상 생활에서 체조나 스트레칭을 하고, 이동 시에 어떤 방법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건강 수준이 크게 달라짐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10대 사망원인의 전부가 사실 비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국민 3명 중 1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현실(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은 일상에서 비활동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건강운동관리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는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 보건학의 학문적 소양을 갖춘 건강운동관리사가 필요하다. 보건학이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개인을 대상으로 운동을 처방하는 대신 내가 사는 마을, 우리 동네 즉,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다. 그런데 보건학의 정의를 가만히 보라. ‘인구집단’ 대신에 개인을 넣는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우리가 운동을 적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보건학의 소양을 갖추는 것의 핵심은 ‘신체활동 사업’의 기획과 운영 역량에 있다. 신체활동 사업은 건강운동관리사가 할 수 있는 여러 직능 중 정점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기본적인 운동 지도 역량을 기반으로 신체활동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 측정, 상담, 중재 등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역량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으로 대표되는 신체활동 전문가들의 활동 무대를 보면 초기(약 3~5년)에는 운동 지도의 업무를 주로 맡다가 점차 신체활동 사업의 기획과 같은 행정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흐름은 사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 정책, 지역사회 특성, 해당 기관의 역할과 역량 등을 통섭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자, 관리자, 코디네이터로서 신체활동 영역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신체활동을 이해하는 건강운동관리사에게 요구되는 두 번째 사항은 ‘건강운동센터’의 보급이다. 이와 같은 질문을 해보자. 우리가 의사에게 ‘운동’이 필요함을 듣고 지도를 받기 위해서 ‘어디’를 가야 하는가? 약을 받기 위해서는 약국을 간다. 거기에는 약사가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맞추기 위해서는 안경원에 간다. 거기에는 안경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운동’을 지도 받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야 하는가? 갈 곳이 없다!
혹자는 소위 피트니스센터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체육지도자 자격에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은 ‘보디빌딩’ 종목의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다. 그들은 근육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포징(posing)으로 무대에 서서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을 통해 입상을 목표로 고객을 돕는다. 질환 개선이 목적이 아닌 것이다. 현실적으로 건강운동관리사가 충분히 활동하지 못하는 여러 현실적 제약 조건들 때문에 직업 영역이 사실 잠식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도 이런 문화 속에 살아서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엄밀히 말해 질환을 다스리기 위한 운동을 실시하고자 할 때는 ‘건강운동관리사’가 일하는 ‘건강운동센터’에 가야 하고 국민들도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명제를 현실화하려면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협회를 통한 건강운동센터의 보급과 인증 절차의 전문화를 통해 국가에 인정 받는 방법을 추구해 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운동관리사는 더 높은 위상과 전문성을 인정 받고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국민 건강증진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전국에 건강운동센터가 지역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협회가 구심점이 되어 건강운동센터가 활발히 교류하고 지역망을 갖추고 워크숍이 만남의 장이 되는 날을 꿈꿔보자. 거기다 지역의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국민체력100이 건강운동센터와 연계망을 구축하다면 민과 관의 협력 체계를 통해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바야흐로 2024년이 열리고 협회에 새 이사진이 꾸려진다. 필자도 협회 임원이 되기 전에는 협회라는 기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협회 임원들이 단체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못하는 일들을 해주겠지 하는. 하지만 모든 임원들이 자기 생업을 유지하면서 과외 시간을 할애해 협회 업무를 보고 있는 현실에서 이만큼의 일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재정은 늘 어렵고 일을 하려고 나서는 임원의 숫자는 부족하니 이름만 근사한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이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며 이 칼럼을 통해 많은 비회원 건강운동관리사들의 협회 가입과 현 협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함께 부탁한다. 누가 해주지 않는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십시일반 모아져야 상생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기획이사
서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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